2017/05/21 21:16

어떤 엔지니어의 은퇴 소감 개인적

간만에 링크드인에 들어갔더니, 어느 선배가 like 해놓은 글이 맨 위에 뜬다. Glenn Hinton이라고 Intel에서 시니어 펠로우로 근무하다가 은퇴하는 아저씨가 남긴 글이다. 별 말 아니지만, 글에 포스가 넘친다. 내가 한 게 세계 최초였고, 혁명적이었던 프로젝트들이었고, 여러 훌륭한 사람들과 일해서 기뻤다는 말. 그리고 미국 사람답게 위트를 섞는다. Randy Steck은 찾아보니 이 사람 학교 선배던데.. retire시키려고 했다는게 자르려고 했다는게 아니라 아마 자기가 새로 하는 일에 오라고 손짓했다는 이야기 같고, St Helens 산이 화산인데 이게 폭발하기 전에 시작했다는 이야기로 아재아재 할아재라는 걸 슬쩍 드러내고...

10년 전의 내가 하던 일은 매우 부담이 큰 일이었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비록 내가 직접 스펙을 정하는 레벨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component를 설계한 것은 훈장으로 남아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만큼 도전적인가.. 내가 비록 스펙을 정하고 architecturing을 하지만 진짜 challenge를 하고 있는지, Glenn처럼 revolutionary 뭐시기를 설계하고 있다고 팀원들을 북돋울 수 있는가... 쫌 애매하다.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반면에... 또한 내가 팀원들에게 부탁할 것도 있다. 당신들도 내가 은퇴할 때 very smart and creative people과 함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휴... 원래 능력 없는 리더가 팀원들에게 많은 걸 요구할 때 서로 고달픈 법이다. ;-)
 

I will be (finally) retiring on June 1st. I know several have tried to get me to retire for several years (like Randy Steck…). I have been at Intel for 34 years, and as a summer Intern since 1980 (starting more than 37 years ago when Mount St Helens blew). I have really enjoyed working at Intel on many state-of-the art designs and projects: from world’s first superscalar microprocessor i960 designs in the 1980s, to the revolutionary O-O-O P6 design in the early 1990s, to the Willamette project in the late 1990s, to Nehalem in the mid 2000s, to Lynxpoint and PCH things in the early 2010s, to memory and storage things in the last 10 years. And recently back on a future CPU team the past year or so. Lots of talent and expertise at Intel in many areas! I wish them well.I will miss interacting with very smart and creative people to help solve difficult challenges and to make great products that benefit the world. That is why I wanted to come to Intel in the first place – to help make things that will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and help people.





2017/05/01 18:55

토론회 중 홍준표의 발언 사회적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굉장히 의미있는 발언 세가지를 했다. 기억에 남아서 남겨본다.

첫째, 색깔론에 대한 의견이었다. 아마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북한 이야기를 계속 하자, 문재인 후보가 색깔론 공세 펴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재반박하면서 나온 말인 것으로 기억한다. 홍 후보의 말인즉슨, 이건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다,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했다.

말은 맞는 말이다. 우리가 북한이라는 나라에 조금이라도 호감을 보이면 너 빨갱이지? 라고 덮어 씌우는 것이 색깔론이라면, 그런 색깔론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한에서 북한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는 것 자체는 그 후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된다. 미국에서 보수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질문이 동성애 인정, 낙태 허용이라면 한국에서는 북한이 바로 그 갈림길이 된다. 북한에 좀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보수는 그다지 보이지 않으며,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북한에 조금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진보의 범주에 묶이게 된다.

질문 자체의 의도는 철저히 갈라치기를 위한, 상대 후보에 종북 친북 프레이을 씌우기 위해 의도된 질문이었겠지만, 어쨌거나 그것이 후보의 본질적인 색깔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홍후보의 말 자체는 맞는 말이었다.

둘째, 역시나 토론회 중에서 나온 말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편가르기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하니, 순간 받아치는게, 정치의 본질은 편가르기라고 말했다. 이게 사실 불편하지만 맞는 말이다. 협의의 정치라는 것은 결국 통치를 하고, 남이 내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다. 내 말을 듣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말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으고 규합하여 세를 과시하고,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갈라쳐서 divide and rule을 해야 한다. 여기서 선행되는 것이 바로 나와 같은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이런 화두를 던지는데 기존의 보수매체가 능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질문을 수시로 던졌고, 그 지점은 사회의 다수, 혹은 메인스트림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미 찢어낼 때, 마이너들은 반대편들에 서게끔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여기에 반대하면 소수파가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질문들이었다. 이런 조선일보의 아젠다 세팅 능력에 놀아난 것이 지난 20-30년 간의 정치였다. 홍준표의 말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 

셋째, 그 유명한 동성애 발언. 이게 위에 언급한 편가르기용 질문임과 동시에, 질문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교수나 상사의 질문에 못 당해낼 때가 많은데 그게 바로 질문의 힘이다. 질문을 하는 것이 권력인데, 왜냐하면 상대방은 그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하는 수세적인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나 성적 취향의 차이로 차별할 것이냐고 홍후보에게 질문 했다면 상황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동성애 이야기를 꺼내서 민주당 입장에서 좋을 것이 딱히 없기 때문에, 애초에 정치공학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겠지만, 만약에 했다면 홍후보의 답변은 과격했을 것이고.. 그 즉시, 성적 소수자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후보, 심지어 자유한국당 당헌당규와도 어긋나는 후보인데 어떻게 헌법정신을 수호하냐고 공격 당했을 지도 모른다.

거칠고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홍준표는 검사 출신에, 4선 의원에, 한나라당 원대대표, 당대표까지 역임한, 얼마전까지 현역 도지사였다. 이 사람의 정치적 수사가 거칠다고, 막말을 한다고 절대 이 사람의 정치적 수가 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굉장히 예리한 질문들도 많았고, 그 중 몇가지는 기억에 남아서 남겨본다.


2017/03/26 21:49

광장의 민심 사회적

2002년은 광장의 해였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서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섰고, 미군 탱크에 희생당한 여학생들을 위해서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이기도 했다. 문화 사회적으로도 젊은 기운이 넘실대는데, 그 기운을 받아낼 정치인이 없었다. IMF 조기졸업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결과를 만든 김대중은 너무 늙었고, 노쇠한 보수를 대표하는 이회창은 그런 국민적 에너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대세론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다. 월드컵 스타 정몽준은 대체 젊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월드컵 가수 미나보다 더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역동적인, 준비된 후보 노무현의 승리는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었다.

2016/2017년도 역시 광장의 해였다. 이번에는 순수히 정치적인 일로 촛불을 들었다. 3.1운동이나 6월항쟁보다 더 큰 규모로 벌어진, 이 광장으로의 모임은 이런 것도 나라라고 내가 지켰나 라는 자괴감과 이대로 두고 보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런 광장의 에너지는 결국 노무현을 소환해냈다. 이명박에게 맡겨놔도 경제를 살리지도 않고 순 되도안한 강바닥에 공구리만 쳐대고, 박근혜는 아버지한테 배운 걸로 잘 하겠거니 싶었더니 웬 무당딸년과 국정을 개판으로 해놨다. 지금 거론되는 유력 후보 누구를 데려다 놔도 이 사람보다는 낫겠지만, 광장의 시민들의 눈높이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노무현을 소환해냈다. 그 전직이었던 노무현만큼 하라는 것이다. 노무현이 시대를 앞서가면서 시행착오도 겪고, 또 국민들도 그의 정치를 제대로 서포트 못 해줬는데, 이제 야권이 시행착오로 배운 것도 있을테고, 국민들도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러낸 제2의 노무현들이 현재 야권의 대선후보들이다. 나는 이 대선후보들이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나설 수 있었던 것이 노무현과의 유사성, 관계성이라고 본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으로 정권을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성격을 가졌다. 안희정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공신으로, 노무현과의 개인사가 깊은 사람이다. 이재명은 친노는 아니지만, 2002년의 노무현이 가진 화끈함에는 가장 근접하다. 심지어 정계를 은퇴했지만, 가장 노무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유시민은, 썰전에서 인기를 톡톡히 누리며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게 바로 광장의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이 중 누구가 되어도 포스트 노무현이 되겠지만, 현재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민심은 문재인에게 더 노무현스러움에 대한 점수를 더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장의 민심은 시끄러운 대선 자체를 필요없다고 여기는 것 같고, 하루 빨리 문재인이 노무현이 못 다한 과제들을 완수해주기를 기대하는 걸로 보인다. 실제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어쩌면 87년 개헌 이래 가장 원사이드한 게임을 볼 지도 모른다. 



2016/10/31 08:50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 사회적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바둑도 이기고, 자동차도 운전하는 세상, 2020년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스러운 엽기적인 일들의 보도가 연속됨에, 사람들은 뉴스를 따라가지를 못할 정도로 어지러움을 호소한다. 7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40년이 넘게 쌓인 뉴스가 분출되고 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질 수도 있고, 좋아하는 무속인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부적절한 관계라고 소문난 이성이 있을 수도 있다.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사적인 친소관계를 통한 국정 상의라는 것도 지금껏 다른 정권에서 아예 없었던 일은 아니다. 직접 재단을 만들라 지시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그것을 관리하라고 했던 대통령도 있었다. 검찰을 손에 넣고 흔들거나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정보기관을 이용한 대통령도 여럿 있었다. 관권을 이용한 부정선거에 힘입어 당선된 대통령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역대급이라고 하지만,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데에 있다.


진짜 심각한 것은 대통령 본인이 이런 일들에 대해서 잘못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애초에 벌여 놓은 일을 해결할 지적 수준이 안된다는 것이다. 최순실이 벌여 놓고 했던 일들이 어설퍼서, 수준이 낮아서, 그냥 평범한 아줌마, 그것도 안하무인의 행동을 잘 하는 빌딩 가진 강남 아줌마였다면, 불행히도 선거로 뽑힌 대통령은 그 아줌마의 말에 놀아나는 지적 수준을 가졌다는 것이다. 어디 가서 원고 없이 말 하나 못 하고, 그거 보고 읽는 것도 실수를 해서 온갖 비웃음을 당하고, 그래도 혼자서 최소한 국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럴 지적인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전여옥 전 의원의 말에 따르면, 신문 기사를 깊게 이해할 수준도 안 되고, 타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대화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 자기가 한 말에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이해할 능력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나이 50에 이런 현상을 보였으니 나이가 들어서 생긴 문제도 아니고, 그냥 원래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고, 이 사람에 대한 상징 조작을 해온 무리가 소위 친박이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하면서, '친박연대'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정당이름으로 비웃음을 사면서 금뱃지를 달았던 이들이 앞장 세웠던 얼굴마담이 현 대통령이다. 이들이 과연 박근혜의 지적 능력의 실체를 몰랐을까. 이 사람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과연 하나도 예측하지 못 했을까? 다 알면서 자기 출세와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 이용해 먹은 것이다. 능력이 안되면서 나서서 화를 자초한 것은 원칙적으로 본인의 잘못이라 하겠지만, 뒤에서 조종하고 이득을 갈취해온 최순실 무리의 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이걸 뻔히 보고도 이용해 먹었던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들이 이제 와서 나는 몰랐다, 자기들도 피해자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당분간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뉴스를 보면서 한동안 겪어야 할 고통이다.



2016/06/26 02:19

킴브럴/쿠에토의 투구폼 스포츠






이거 좀 코메디입니다. 일단 킴브럴의 저 동작을 따라하는 홈팀팬들의 모습이 너무 웃기고, 하필 폭투를 범하는 모습까지 하하.
자니 쿠에토의 저 투구 자세는 딱히 제재를 안 받는데요. 이 투구폼을 보고 그러더군요.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
진짜 코메디는 주자 있을 때, 자기도 모르고 흥에 겨워서 하다가 보크 판정 받기도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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