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두 공영방송의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고, 특히 MBC 파업은 100일이 넘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양승은 아나운서가 노조를 탈퇴하고, 보은성으로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을 선물 받더군요. 노조 탈퇴 시에 종교적 계시를 받아서 탈퇴한다더니, 하필 주말 프로그램에 발탁되더군요. 자기 자리 빼앗길깨봐, 동료들을 디스하고 나간, 배현진 아나운서도 있구요. 개인의 선택은 자유겠지만, 욕 먹는 자유도 함께 누리시겠지요.
그러던 와중, 우연히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사업회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은임, 사실 방송을 들은 기억보다는 2004년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서 세상을 떠났다는 스토리만이 더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사실 저는 정은임 아나운서 세대는 아니지요. FM 영화음악이 밤 1시에 했던 프로그램입니다. 방송을 하던 시절에 고등학교를 다니던 저는, 이 앞 시간에 하던 박소현이나 김현철 프로그램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 세대에서는, 같은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지영 아나운서를 더 좋아했던 것 같고, (적어도 대리번역 사건으로 훅- 가기 전까지는..) 2003년에 정은임 아나운서가 FM 영화음악에 복귀한 이후에도 그저 그런 사람이 있나보다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길래, 아직도 추모회가 있고, 사람들이 기억을 잊지 못 하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그동안 들어봤던, 하지만 전혀 조직화되지 않았던, 기억의 편린들이 끼워 맞춰집니다. 왜 95년에 방송에서 하차했는가. 네, 기억납니다. 어느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고 짤렸다는 이야기. 95년의 어느 날, 용감하게도, 영화 파업전야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에서 잘립니다. 청취자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소용없었다지요. 2003년에 복귀한 이후에도 6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종방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몇달 지나지 않아 사고가 생기구요.
다 합쳐봐야 고작 3년 정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찾습니다. 차분한 목소리, 당시에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영화에 대한 지식, 담론, 그리고 사회참여적인 목소리. 아니, 그 기저에 깔린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아닌가 합니다. 참 따뜻하더라구요. 아, 그래서 그렇구나.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이 찾고, 녹음된 파일을 듣고 또 듣고, 해마다 추모회를 가지고.
많은 방송 녹음본들이 추모회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 골라서 들어보니, 청취자 한명이 사연을 보냈는데, 자기는 영화전문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랍니다. 딱 들으면서 아유- 배고프겠네. 영화판에서 감독, 배우가 아니라.. 기자라니. 이런 생각이 든 동시에 참 부끄러워집니다. 빼도 박도 못할 삼십대 중반에, 세상에 너무 물들어서 남의 꿈을 이렇게 재단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이런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방송이 그 매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영화를 느끼고 떠올리고 또 삶의 향기를 느끼고. 그런 것을 전달해주던 사람이었기에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93년에 영화전문기자가 되고 싶다던 그 분은 그 꿈을 이뤘을까요?
여러분은 93년에 꿈꾸던 꿈을 이루셨나요?
2003년에 꿈꾸던 꿈을 이루셨나요?
2013년에는 어떤 꿈을 가지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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