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gm Shift

1997년 IMF 구제 금융은 우리 사회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회로 변모시켰다. 문민 정부 말기에 우리는 OECD에 가입하면서 박정희 때부터 꿈꿔오던 목표를 일정 수준 이루어내게 되었다. 이만하면 밥은 먹고 살만 하고, 문민 정부 문민 대통령도 나왔고, 우리의 경제 성장세라면 허접한 서방 선진국들은 몇년 안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꿈, 환상, 그리고 착각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게 만들었다. 태국에서 불어온 외환위기 앞에 금융 후진국, 회계 부정국, 외환 부실국이었던 우리는 꼴까닥 넘어갈 위기에서 마지막에 일본에 채권 롤오버 SOS를 쳤지만, '오까네가 아리마셍. 사요나라~' 한마디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그게 1997년 12월의 IMF 구제 금융이었다.

금 모으기도 하고, 구조조정도 하고, 카드 버블도 만들고, IT 버블도 만들고, 이래 저래 하면서 고생도 참 많았지만, 그래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그리고 이 와중에 우리는 그동안 우리 식의 방법이 후진국이 중진국으로 도약할 때까지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되겠지만,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닫는다. (혹은 깨닫기를 강요받게 된다.) 더이상 김성근 방식으로 하는 것은 안 되겠다는 각성을 한 이후에 우리는 이제 메이저리그 식으로 생각을 마인드를 바꾸게 된다.

이런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던 키워드는 'Global Standard'였다. S&P, 무디스에서 매기는 신용등급이 Global Standard였고, 미국식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Global Standard였다. 평등과 균형 보다는 자유와 능력이 더 중요시되었으며, 합리성이 조금이라도 결여되었다면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되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사상을 재점검하게 되었다. 철저한 자기 부정에서 비롯된, 채찍질 끝에 우리는 기존의 나는 무조건 잘못 되었고, 이런 잘못이 현재의 비참함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Chan Ho Park과 LPGA의 세리 공주를 보면서, 운동을 해도 Global Standard에 따라야 성공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발음은 좀 부정확해도 영어로 이야기하던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아왔으며, 세계 수준으로 눈높이를 높이면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음을 보았다. 역시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위상에 맞게!! 유니버샬하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의 Global Standard에 대한 맹신은 깊어만 갔고,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사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Global Standard라는 말이 참 거슬린다 이거다. 누가 자기 맘대로 Standard를 정했단 말인가. 과연 그것이 standard일만 한 것인가.. Global Standard를 만들고 주창하고 강요하던 미국이 그 이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보자.


1. 역사상 최악으로 일컬어지는 엔론의 분식 회계 사건 (지들도 온갖 부정은 다 저지르고 있네?)


2. 조작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9/11 테러와 그것을 핑계로 아프가니스탄 침공 및 이라크 침공 (결국에는 달러패권 지키기와 석유 빼앗기가 목적이었잖아!)


3.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헷지운용 실패로 인한 금융위기 및 실물경제로의 전이 (니들 때문에 남들도 다 힘들어졌다, 이제.)


다시 말해서, 고상한 척은 했지만, 실상은 우리보다 뭐... 아주 낫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미국이 나쁜 놈이라서, 교만한 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라는 것이다. Global Standard로 일컬어지던 그 시스템이 사실은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고, 근본적으로 미국이라는 거대 소비 시장과 중국이라는 거대 생산 시장을 양축으로 나머지는 기생해서 살아가는 쳇바퀴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 편승하면 살아남고, 돈 좀 만지는 재미를 보게 되는 것이었다. 도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합리적이지도 않았던 미국의 경제생활은 제조업의 몰락과 금융업의 부상이라는 불편한 동거를 이끌어내더니, 결국에는 금융업 먼저 GG 치고, 제조업도 같이 GG쳤다. 그리고는 다 같이 찌질모드로 돌입.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무엇인가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화폐란 무엇인가, 신용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논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온갖 이론과 수식과 설명이 따르겠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소득은 생산에 기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소득의 거품이 가라앉는 중이다. 다시 말해서 경제적 합리성의 결여다.


그래서 160년에 걸친 자본주의의 역사, 특히나 신자유주의의 르네상스는 일단은 이렇게 접힐 것 같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일단의 사람들은 요즘 이런 사상들에 주목하고 있다.


1. 다시 보자, Marx 형아.
어차피 Marxism에 근거한 사회주의 국가는 역사적으로 실패했다. 다시 그런 사회주의 이상향 국가를 만들자고 할 사람도 없다. 다만, 그의 문제 의식과 시사점에 대해서는 주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몰락을 먼저 예견한 사람은 Mr. Doom도 아니고, 루비니도 아니고, Marx다..


2. 공자님, 공자님.. 동양사상을 좀 보여주세요..
요건 중국에서 공자와 Marx는 같은 사상을 이야기한다는 억지성 논리로 끼워넣으면서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인데, 사실은 내가 요즘 공자의 사상에 관심이 많다. 이 분은 2500년 전에 정말 많은 문제를 풀어놓고 가신 것 같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도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앞서 Global Standard 때문에 버려진 사상과 패러다임에서 공자의 사상도 포함될텐데, 분명히 재발굴 해내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3. 대안의 실행
아래와 같은 대안들이 제시, 고려, 실행되고 있다.
대도시 (Mega city)에 대한 각성
지역화폐의 사용
에너지 자급 실천 (작년에 SBS 스페셜에서 방송한 '코난의 시대'에서 소개한 수준의 에너지 자급 노력)


 

자, 더 자세한 것들은 다음 기회에... 두두둥...

 

by windy | 2009/01/19 23:00 | 사회적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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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ll about at 2009/04/22 00:33

제목 : 세계화의 이해 Part 1
미루고 미루다 한번에 몰아 씁니다. 역시 사람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 참고한 서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세계화와 그 불만 -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송철복 옮김/세종연구원 세계화의 덫 - 한스 피터 마르틴 외 지음, 강수돌 옮김/영림카디널 세계는 평평하다 -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김상철.최정임 옮김/창......more

Commented by asteray at 2009/04/22 00:33
결국 Marx를 다시 읽게 되더군요. 상품경쟁력은 Global Standard를 주창하면서 임금은 China Standard 를 외치죠. 이윤극대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있네요
Commented by windy at 2009/04/22 21:15
네.. Marx를 좋아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겠지만, Marx를 접해는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윤극대화라는 말이 가진 달콤함만 듣지 말고, 그 이면도 볼 수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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