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1 18:55

토론회 중 홍준표의 발언 사회적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굉장히 의미있는 발언 세가지를 했다. 기억에 남아서 남겨본다.

첫째, 색깔론에 대한 의견이었다. 아마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북한 이야기를 계속 하자, 문재인 후보가 색깔론 공세 펴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재반박하면서 나온 말인 것으로 기억한다. 홍 후보의 말인즉슨, 이건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다,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했다.

말은 맞는 말이다. 우리가 북한이라는 나라에 조금이라도 호감을 보이면 너 빨갱이지? 라고 덮어 씌우는 것이 색깔론이라면, 그런 색깔론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한에서 북한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는 것 자체는 그 후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된다. 미국에서 보수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질문이 동성애 인정, 낙태 허용이라면 한국에서는 북한이 바로 그 갈림길이 된다. 북한에 좀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보수는 그다지 보이지 않으며,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북한에 조금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진보의 범주에 묶이게 된다.

질문 자체의 의도는 철저히 갈라치기를 위한, 상대 후보에 종북 친북 프레이을 씌우기 위해 의도된 질문이었겠지만, 어쨌거나 그것이 후보의 본질적인 색깔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홍후보의 말 자체는 맞는 말이었다.

둘째, 역시나 토론회 중에서 나온 말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편가르기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하니, 순간 받아치는게, 정치의 본질은 편가르기라고 말했다. 이게 사실 불편하지만 맞는 말이다. 협의의 정치라는 것은 결국 통치를 하고, 남이 내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다. 내 말을 듣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 말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으고 규합하여 세를 과시하고,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갈라쳐서 divide and rule을 해야 한다. 여기서 선행되는 것이 바로 나와 같은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이런 화두를 던지는데 기존의 보수매체가 능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질문을 수시로 던졌고, 그 지점은 사회의 다수, 혹은 메인스트림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미 찢어낼 때, 마이너들은 반대편들에 서게끔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여기에 반대하면 소수파가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질문들이었다. 이런 조선일보의 아젠다 세팅 능력에 놀아난 것이 지난 20-30년 간의 정치였다. 홍준표의 말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 

셋째, 그 유명한 동성애 발언. 이게 위에 언급한 편가르기용 질문임과 동시에, 질문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교수나 상사의 질문에 못 당해낼 때가 많은데 그게 바로 질문의 힘이다. 질문을 하는 것이 권력인데, 왜냐하면 상대방은 그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하는 수세적인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나 성적 취향의 차이로 차별할 것이냐고 홍후보에게 질문 했다면 상황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동성애 이야기를 꺼내서 민주당 입장에서 좋을 것이 딱히 없기 때문에, 애초에 정치공학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겠지만, 만약에 했다면 홍후보의 답변은 과격했을 것이고.. 그 즉시, 성적 소수자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후보, 심지어 자유한국당 당헌당규와도 어긋나는 후보인데 어떻게 헌법정신을 수호하냐고 공격 당했을 지도 모른다.

거칠고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홍준표는 검사 출신에, 4선 의원에, 한나라당 원대대표, 당대표까지 역임한, 얼마전까지 현역 도지사였다. 이 사람의 정치적 수사가 거칠다고, 막말을 한다고 절대 이 사람의 정치적 수가 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굉장히 예리한 질문들도 많았고, 그 중 몇가지는 기억에 남아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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